큰 비가 내리는 대우기를 이곳에서는 마씨카(Masika)라고 부릅니다. 보통 3월부터 5월까지를 마씨카 기간으로 보는데, 3월에는 비가 조금씩 시작되다가 4월 중순부터 많아지고, 5월에는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합니다. 저지대 마을이나 작은 다리가 물에 잠기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올해 키감보니 지역의 마씨카는 예년보다 조금 이른 3월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우리 학교부지는 키바다에서 므와쏭가, 툴리부를 지나 키창가니 초등학교 방향으로 약 29km 들어간 곳에 있습니다. 키바다에서 약 5km까지만 포장도로이고, 그 이후부터 툴리부까지는 도로 포장공사를 하다 중단된 상태입니다. 흙탕물과 진흙이 섞인 길이지만, 그래도 도로공사를 중단한 것이라 하단에 깔았던 큰 돌과 자갈 덕분에 도로 형태는 유지되고 있어 차량 통행 자체는 가능합니다.

문제는 툴리부에서 학교부지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약 3km 구간입니다. 이곳은 비가 오면 차가 쉽게 빠지거나 바퀴가 헛돌기 때문에 우기에는 진입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마씨카가 시작되면 주변 마을들은 사실상 외부와 고립되고, 고인 물은 보통 6월이 지나야 빠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기 전에 벽돌과 시멘트 같은 자재들을 미리 현장에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생겼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 기술자들이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현장을 하루 반나절 정도 비운 사이 누군가 밤에 들어와 기초 상단 약 60미터 구간의 벽돌을 모두 부숴놓았습니다. 마씨카를 대비해 여러 곳에 주문, 나눠 쌓아둔 벽돌 중 두 곳이 집중적으로 파손되었고, 약 600여 장의 벽돌과 현장 주변 물통들도 함께 깨졌습니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위치만 골라 훼손한 것을 보면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즉시 키감보니 구청에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후 확인한 내용으로는, 몇 년 전 므완자 지역에서 학교부지 인근으로 이주해 온 일부 주민들이 마을에 농사짓고 가축을 키울 땅을 요구해 왔다고 합니다. 당시 마을 음타아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우리 학교 부지를 요구해보라고 했고, 이를 워드(ward) 사무실에 문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건축을 시작하자 공사를 멈추게 하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한 가지를 아주 현실적으로 느꼈습니다. 현지에 등록된 NGO라 하더라도, 외국인이 함께하는 단체가 한 마을에 들어와 학교를 짓는 일이 모든 주민들에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대가 되는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의 자원과 땅을 가져가는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을 이장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범인 검거를 위해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체포되는 순간,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우리는 주민 공동체 안에서 오래 남을 갈등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행정 부서가 상황을 정리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구청도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을 이장과 워드 사무실에 주의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왔습니다. 우리가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오히려 우리를 옹호하는 주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마을을 드나들 때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현장 상황을 물어봐주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벽돌과 자재 손실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역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배우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구청 역시 분쟁을 키우지 않고 해결하려 했던 우리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후 학교 건물의 건축 허가증이 발급되었고, 마씨카로 미뤄졌던 땅 분할을 위한 경계석 설치 작업도 폭우와 물이 찬 현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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